-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건축(2005인제농촌독거노인집짓기이야기/농촌에서 집짓기) -
3. 건축의 새로운 역할: 프로그램의 생산 건축계획적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의 제안은 단순히 노인시설과 관련된 기능적인 편의성을 높인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마을의 주변부에 있을 수밖에 없는 시설을 마을의 중심부로 옮긴다는 것은 바로 그 중요도를 다르게 매긴다는 점에서 공간사회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그것은 배치(또는 배열, arrangement)의 문제이고, 언어학적 측면에서 가+나(가나?)와 나+가(나가!)와 같이 어휘의 조합순서(배치)에 따라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에서 건축에서 배치는 매우 주요한 의미생산의 과정일 수밖에 없고 따라서 핵심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의 배치의 문제는 너무나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와는 달리 거의 제자리걸음을 할 수 밖에 없는 공간과 하드웨어의 문제를 사회에 적응시키는 방법으로서, 농촌마을의 노인주거문제의 해결을 단지나 시설의 새로운 건설을 최소화하고 기존 마을공간의 재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바꾸어 말해서 200인제집짓기는 과거의 사회적 기준에 의해 구축된 공간이나 도구적 합리성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근대적 공간 등, 농촌이나 공장지대와 같이 이제는 쓸모없어졌다고 판단되는 공간이나 하드웨어를 그들 스스로 탈근대적 요구들과의 소통을 통하여 그 존재가치를 입증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2005인제집짓기는 그 동안 표현이나, 경제적 생산의 문제에만 매달려 그 의미를 묻는 책임을 방기해 왔던 문제, 건축을 단순한 번역이나 포장의 문제로 간주해왔던 것에 대한 반성이며 동시에 대안의 모색이기도 하다. 즉 공간의 문제가 더 적극적으로 사회학적 과제들과 만나도록 하는 것, 건축이 프로그램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06년의 집짓기에서는 이러한 시도가 더욱 넓게 확장될 것이다. 하나의 마을을 선정하여 마을 전반에 대한 실측조사와 함께 인문적인 조사를 병행하여 마을 현황을 입체적으로 이해한 바탕위에서 마을과 공동체의 공간적 미래를 주민들과 함께 토론하고 제안할 예정이다. 또한 이를 통하여 우리나라 농촌지역의 주거환경을 개선할 종합적인 공간사회학적 측면은 물론, 기술적 측면까지도 고려한 실행적 모델을 탐구할 예정이다. 2005인제집짓기에서는 노인주택이라는 점에서 친환경적 재료와 공법에 의한 시공의 문제와 건강한 건축재료의 사용을 고려하였다. 이를 위하여 주택은 모두 목조로 설계되었고 기초를 제외한 부분에 콘크리트의 사용은 철저히 제한하였다. 또한 거시적인 차원에서 농촌주택의 문제가 에너지문제와 밀접하다는 관점에서 현재의 석유위주의 에너지원을 대체하는 방안을 고민하여 지중열 방식을 도입하고자 하였으나, 소형주택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 확보되지 않았고, 가정용 전기요금체계상 실익이 없으며 관련된 마을의 비용부담이 어려워 실행하지는 못하였다.
기획, 집필: (사)문화도시연구소(주대관, 이상구) 펴낸곳: 마하테크 발행일: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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